안녕하세요. IT 판에 굴러들어 온 리서처, GULEE입니다.
인터뷰 방식으로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때, 10명의 고객을 컨택해서 1명이라도 수락하면 박수가 절로 나오게 됩니다.
인터뷰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지만, 사실 그 막막함도 인터뷰이가 있어야 헤쳐 나갈 수 있거든요.
그래서 가장 첫 번째로 발행하는 글은 인터뷰 현장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법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특별한 방법론은 없습니다. 99%가 말을 어떻게 하느냐와 관련된 것입니다.
그리고 컨택할 때는 아래 내용을 명심하시면 좋겠습니다.
컨택하는 순간부터 인터뷰는 시작입니다.
그리고 컨택이 인터뷰로 성사되지 않아도 고객 데이터는 수집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컨택하시기에 앞서 이 두 가지를 잊지 않고 진행하셨으면 합니다. 어떤 의미인지는 앞으로의 글에 풀어볼게요. 일단 인터뷰 컨택하는 요령입니다.
1. 머리든 발이든 일단 낚아채기
혹시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Face in the door effect),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 effect)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심리학 전공 수업에서 배웠던 내용인데요. 타협의 기술을 이야기할 때 가끔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문간에 머리 들여놓기는 무리한 부탁을 먼저 요청하고, 비교적 가벼운 부탁을 나중에 요청해서 후자를 수락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부탁을 거절하면서 생긴 불편감을 해소하기 위해 두 번째 부탁을 수락하는 것이죠. 인터뷰 컨택 상황을 예로 들면 아주 간단합니다.
Q : 안녕하세요, 저는 A의 OOO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30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머리 - 큰 부탁)
A : 아뇨, 제가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렵네요.
Q : 그럼 고객님, 어떤 내용인지 아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고 싶은데 3분 정도도 어려우실까요? (머리 - 작은 부탁)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내용 아닌가요? 텔레마케팅 전화를 받을 때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텔레마케팅은 영업/판촉이기 때문에 3분도 잘 안 내어주지만(주룩) 본인이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라면 이런 방식으로도 컨택할 수 있습니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는 머리와 반대입니다. 먼저 가벼운 부탁을 요청하고, 그것을 수락해주면 비교적 큰 부탁을 요청하는 것입니다. 거절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고, 사람들은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심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Q : 안녕하세요, 저는 OO의 OOO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30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A : 아뇨, 제가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렵네요.
Q : 그럼 고객님, 어떤 내용인지 아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고 싶은데 3분 정도도 어려우실까요? (발 - 작은 부탁)
A : 괜찮습니다. 말씀해주세요.
Q : 감사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최근에 OO 부분에서 고객님들의 불편점을 발견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고객님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 바쁘신 것을 알지만 인터뷰를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수락해주시면 나중에 고객님 편하신 시간에 20~30분 정도만 통화를 하고 싶은데 어려우실까요? (발 - 큰 부탁)
A : 아, 네... 근데 제가 말을 잘하지도 못하고 할 말도 없을 것 같아요.
Q : 괜찮습니다. 평소 저희 서비스를 사용하시는 모습 그대로 말씀해주시면 되고, 질문은 저희가 할 테니 그때그때 생각나시는 대로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A : 네, 그러면 해볼게요.
일단 3분이라는 카드가 성공하면 안내+설득할 시간을 획득하게 됩니다. 이미 통화를 수락한 고객은 인터뷰를 할지 말지도 고민하게 되고요. 그리고 처음에는 30분이라고 했던 인터뷰 시간을 20~30분으로 범위를 주면 솔깃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객들은 인터뷰라고 하면 뭔가 대단한 말을 해야 할 것 같고, 멘트를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때 고객들은 준비할 것도 고민할 것도 없다는 것을 정확하게 안내해주면 설득력이 조금 더 올라갑니다.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고 통화 시간을 보면 3분이 넘어가 있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물론 베스트는 약속대로 3분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은품(예, 기프티콘) 발송 등의 이유로 개인정보수집 동의를 사전에 받아야 하는 경우, 저 대화에서 정보수집 동의까지 요청해볼 수 있습니다. 발 들여놓기에서 더 큰 부탁이 되겠지요.
주의사항
하지만 부탁들 간에 차이가 너무 크면 역효과가 생길 수 있습니다. 고객의 마음속에는 이미 거절을 한(혹은 거절하려고 고민 중인) 불편함이 자리해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부탁을 수락했다고 갑자기 너무 무리한 요청을 하면 반발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작은 요구를 받아준 것이 기회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요구들을 줄줄이 말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지양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은 처음부터 아무 설명 없이 큰 부탁부터 하는 것도요.
중요한 것은 컨택해서 소속과 이름을 말하는 순간부터 인터뷰는 시작이라는 것입니다. 고객에게는 회사의 이미지가 생기는 시점이고, 회사에게는 거절하는 고객이 중요한 데이터를 남기고 가거든요.
2. 컨택 결과 남은 것은 거절뿐이 아니다
수십 명의 고객을 컨택하다 보면 거절이 빼곡하게 차 있기 마련입니다. 아주 맥 빠지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 컨택 결과도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습니다. 누가, 왜 거절했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거든요. 일단 머리 들여놓는 상황으로 다시 가볼까요?
Q : 안녕하세요, 저는 OO의 OOO이라고 합니다. 서비스 개선점을 찾기 위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30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을까요?
A : 아뇨, 제가 바빠서 시간 내기 어렵네요.
Q : 그럼 고객님, 어떤 내용인지 아주 간단하게만 말씀드리고 싶은데 3분 정도도 어려우실까요?
A : 네, 어렵습니다.
Q : 아, 고객님 지금 근무 중이라 바쁘신 거면 제가 저녁때 다시 전화드리는 건 어떠신가요?
A : 그럼 제가 6시에 퇴근하니 그때 이후에 연락 주세요.
거절하는 고객은 대부분 '바쁘다'라고 대답할 겁니다. 그 '바쁘다'의 숨은 내용을 파내야 합니다. 지금 일을 하고 있어서 바쁜 것인지, 누군가와 같이 있어서 통화가 곤란한 것인지, 애초에 이런 인터뷰를 싫어하는 사람인지 말입니다. 그래서 컨택 결과를 수시로 업데이트하면서 동시에 분석해야 합니다. 거절의 유형이 세세하게 어떻게 나뉘는지, 그 거절이 인구통계학적 특성(성별, 나이, 직업 등)이나 서비스 이용 특성(예, 이커머스라면 등급)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 말입니다.
대표적으로 직장인은 업무에 집중하는 9-6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월요일과 금요일은 쌓인 일과 쌓일 일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바쁘죠. 점심시간은 식사하느라 바쁘고요. 오후 2-3시쯤은 일이 지루하고 졸린 시점이라 반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장 좋은 건 퇴근 시간 이후인데 통화로 컨택하는 경우는 대중교통 이용으로 인해 시끄러운 소음은 사전에 감안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컨택 사전에 타깃별 요령을 생각해 놓으면 좋고, 어렵다면 컨택하면서 고민을 많이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본격적 인터뷰와 이후 인사이트 발굴뿐만 아니라 컨택부터 고객 중심적 태도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입장에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까지 고려하면서 말이죠.
3. 컨택은 전략입니다. 거절당해도 상처받지 마세요...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해보면서 느낀 것은 알고 할 때와 모르고 할 때 나의 마음가짐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전략'이 아니라 '읍소'가 될 때 내가 인터뷰 하나 하자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한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컨택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미리 틀을 짜 놓으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내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는 무엇인지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뷰 거절인데 마치 나를 거절하는 것 같을 때 쿠크다스 관리에도 요긴합니다(는 제 얘기).
컨택을 하나의 절차로만 보기보다 전략으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고객의 목소리가 궁금한 분들의 일과 마음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첫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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